굿즈, 박물관의 변신
내일은 오늘보다 맛있는 인생, 멋있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라이프스타일 담당 기자가 한 달에 한 번, 요즘의 맛과 멋을 찾아 전합니다. 2025 뮷즈 공모 당선작인 '곤룡포 비치 타월'과 2024 뮷즈 공모 당선작인 '석굴암 조명'.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20분 만에 품절! 까치호랑이 배지의 인기
“아, 이거 품절이래.”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 입구. 이날 추가 입고 예정이었던 까치호랑이 배지 품절 소식에 방문객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오전 10시부터 팔았는데 20분 만에 품절됐다”며 역대 최대 판매량에 혀를 내둘렀다. 같은 날 온라인 상품관에서도 배지 1만7,900개 예약 판매 물량이 풀리자마자 완판됐다. 제주에서 올라온 김영수(46)씨는 “전시를 보러 왔다가 고1인 딸이 까치호랑이 배지랑 갓 볼펜을 사다 달라고 해서 왔다”며 “둘 다 품절돼 딸이 무척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 입구에 '까치호랑이 배지'가 품절됐다는 안내판이 있다. 김수미 인턴기자 요즘 서울서 가장 붐비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11일 국립중앙박물관 내 '뮷즈'를 판매하는 상품관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김수미 인턴기자
뮷즈 열풍의 배경: K팝과 전통의 만남
물이 올랐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뮤지엄과 굿즈의 합성어)' 열풍을 설명하자면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 말이 딱이다. 까치호랑이 배지만 해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에 등장한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주문량이 급등했다. 이 배지는 외부 디자이너 공모 상품으로,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액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를 상징하고, 까치 역시 길조로 여겨진다. 영화의 글로벌 흥행과 행운을 부르는 아이템으로 가방을 꾸미는 유행이 맞물리면서 우연히 수요가 급등한 것이다. 영화 속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즈'가 쓰고 나온 갓을 모티브로 한 키링, 볼펜, 책갈피도 들어오는 족족 품절되고 있다. 까치호랑이 배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뮷즈,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선 가치
운 좋게 얻어 걸린 게 아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기폭제가 됐을 뿐 뮷즈는 원래 잘나갔다. 전국 국립박물관 뮷즈 매출액은 2020년 37억6,100만 원에서 지난해 212억8,400만 원으로 4년 만에 6배 가까이 뛰었다. 전년(2023년) 대비 42% 증가했다. 온라인 상품관 방문자 수도 하루 7,000명 수준에서 현재 30만 명에 이른다. 신상품이나 인기 상품의 예약 판매 개시일에는 50만 명까지 급등한다. 재치 있고 기발한 뮷즈의 등장이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데니 태극기'를 테마로 15일 출시한 '광복절 기념 뮷즈'는 벌써부터 대박 조짐이다. 올해 뮷즈 공모 당선작 중 하나인 '곤룡포 비치 타월'도 반응이 좋다. 김은숙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 차장은 "예전에는 박물관 전시 보러 갔다가 상품관도 한 번 둘러보는 정도였다면, 요즘엔 처음부터 구매 목록을 적어 와서 쇼핑을 할 정도로 뮷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데니 태극기'를 들고 있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광복 에디션. '데니 태극기'는 현재까지 발견된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태극기로, 조선 말기 고종의 외교 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가 보관하고 있다가 그 후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188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데니 태극기' 키링.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뮷즈 성공 비결: 디자인과 실용성의 조화
전국 국립박물관의 뮷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기획, 제작해 공급한다. 자체 기획 상품뿐만 아니라, 해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외부 업체의 상품도 출시한다. 주기적으로 참신한 상품을 내놓는 비결 중 하나다. 김 차장은 "1인 디자이너나 5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 등 소상공인들이 주로 응모한다"며 "뮷즈 공모에 당선되는 게 다른 곳에 입점할 때 하나의 스펙처럼 여겨지면서 갈수록 응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3,000종이 응모해 이 중 90종이 선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의 히트작 중 하나인 '취객 선비 변색 잔세트'. 18도 이하의 액체를 따르면 선비들의 얼굴 색이 빨갛게 변하는 재치 있는 상품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박물관 대형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취객 선비 변색 잔세트'도 공모 선정작이다. 외부 디자이너가 김홍도의 그림 '평안감사향연도'에 나오는 술 취한 선비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시온안료를 유리컵에 프린팅해 18도 이하의 액체가 담기면, 잔 표면의 선비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2023년 12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10만 개(막걸리 잔 포함)가 팔렸다. 서지희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 과장은 "동일 유물 속 지위가 높은 중요한 인물로 유리 잔을 개발했던 저로선 충격적인 뮷즈였다"며 "아이디어도 좋고, 유물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깬 뮷즈"라고 말했다. "유물의 가치를 녹인 생활 용품"이 성공 비결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에서 판매하는 '신라의 미소 소스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뮷즈
뮷즈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2020년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고리타분하고 칙칙하게만 여겨졌던 박물관 기념품이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 상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더한 것도 뮷즈 인기에 한몫했다. 관상용보다는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생활 용품으로 개발했다. 조명, 키보드, 펜과 책갈피, 소스볼, 찜질팩 등이다. 이날 상품관에서 만난 캐나다 관광객 사라(51)는 "한국 전통문화가 잘 반영돼 있고 깔끔해 퀄리티가 너무 좋다"며 "관광객을 위한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품질이 좋으면서도 예쁜 실용적인 물건이라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독일 관광객 안나(27)도 "다른 나라 기념품 숍은 마그넷, 엽서 등 엄청 제한적인데 이곳은 식기류, 필기류 등 실용적 물품이 많고 선택지가 다양하다"며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캐리어에 다 넣을 수 없어 자제 중"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 사라가 11일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에서 구입한 뮷즈. 공책, 쟁반 두 점, 책갈피 두 개를 구매했다. 김수미 인턴기자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 중 하나인 '단청 키보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미래를 위한 뮷즈의 진화
실용적이면서도, 유물의 개성이 녹아 있는 상품이라면 금상첨화다. 김 차장은 "미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쓰임 있는 것을 공예라고 하듯이 뮷즈를 만들 때도 기능이 하나 이상 있도록 의도한다"며 "유물의 특성이 드러나면서 디자인, 실용성을 갖춘 게 좋은 뮷즈"라고 설명했다. 전통을 힙하다고, 새롭다고 여기는 젊은 세대의 '힙 트레디션' 현상도 뮷즈 신드롬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이제는 원류인 전통 문화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이 글로벌하게 확장될수록 우리 음악과 문화 등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며 "과거 X세대가 해외의 문화를 따라잡는 데 급급했다면, 문화적 자부심이 높아진 요즘 세대는 편견 없이 전통문화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서사에 일상 아이템을 결부한 게 경험과 히스토리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며 "단순히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서 나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례처럼 K문화 콘텐츠와 접목했을 때 뮷즈의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핵심만 짚어보는 뮷즈 열풍의 비밀
박물관 굿즈, 즉 뮷즈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선 문화적 가치를 지니며, 젊은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K팝과 전통의 만남, 디자인과 실용성의 조화, 그리고 힙 트레디션 현상이 뮷즈 신드롬을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뮷즈는 무엇인가요?
A.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의 합성어로,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Q.뮷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인가요?
A.세련된 디자인, 실용성, K팝 등 문화 콘텐츠와의 융합, 그리고 젊은 세대의 문화적 자부심 등이 뮷즈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Q.앞으로 뮷즈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A.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넘어, K컬처 콘텐츠와 접목하여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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