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전지 수거, 왜 문제인가?
수원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30대)는 일과 중 틈틈이 대단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폐건전지함을 뒤진다.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A씨는 “인접 지자체는 폐기물 수거 업체에 위탁해 별로 신경 쓰지도 않는 사무인데, 건전지랑 우유팩을 모아오는 게 시민들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며 “이러려고 공무원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업무의 고충을 넘어, 공무원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허탈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이다. 폐건전지 수거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한 현실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수원시의 딜레마: 높은 목표, 부족한 자원
21일 수원시 환경국에 따르면 2025년 시의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 목표량은 폐전지 205t, 종이팩 100t, 투명페트병 950t이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만큼 목표치도 가장 크다. 높은 목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문제는 일선 공무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인접 지자체 등을 돌며 폐자원을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원시가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공무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의 불만 폭발: 익명 게시판의 외침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지난 11일 품목별 수거량을 20%씩 상향 조정한다는 시 공문이 내려지면서 극에 달했다. 지난 12일부터 수원시 공무원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익명 게시판엔 “부시장 관심 높은 사항이라던데, 단순히 목표치를 높이는 게 무슨 소용이냐”라거나 “나 (동사무소 근무할) 때도 옆 동까지 넘어가 수거하고, 안 되면 화성시나 용인시까지 넘어가서 가져오던 게 아직도 해결 안 됐느냐” “화성시 한 아파트에선 수원시 관용차 출입을 금지한다더라” 등 게시글이 십여개 올라왔다. 이러한 게시글들은 공무원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불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익명 게시판은 공무원들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공간이 되었고, 이는 폐건전지 수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다.
수거 과정의 위험: 망신과 갈등
수원시 공무원 B씨(30대)는 “화성시로 넘어가 건전지를 가져오다가 수거 대행업체에 걸려 망신을 당했다는 동료 공무원도 있다”며 “왜 일선 동사무소 공무원들에게 수거 업무를 떠넘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업무의 어려움을 넘어, 타 지자체와의 갈등, 수거 과정에서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폐건전지 수거는 공무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안겨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압박: 재활용 목표량 상향과 평가
환경부가 정한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향됐다. 지난 2022년 0.186㎏에서 2023년 0.220㎏, 지난해 0.231㎏으로 소폭 상승하다가 올해 0.330㎏으로 지난해 대비 1.42배 늘었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인구수 기반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을 평가하는데, 환경부 기준을 따른다. 정부의 재활용 목표량 상향은 지자체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일선 공무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해 정부합동평가에서 경기도 내 1그룹(인구수 기준) 10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A등급(20점 만점에 17점)을 받았다. 용인, 고양, 화성 등 다른 지자체는 S등급(20점 만점에 20점)을 받았다.
수원시의 해명: 높은 목표, 시민 참여 호소
수원시는 인구수가 많아 목표치가 높게 설정됐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려면 일선 공무원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수원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주민 1인당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수거량을 채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나 인구수를 기반으로 목표치가 너무 높게 설정돼 정부합동평가에서 점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시민들이 폐자원 분리배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높은 목표와 시민들의 소극적인 참여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다른 지자체의 사례: 할당량 폐지와 인센티브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수거 할당량을 부여하지 않는다. 2018년 읍면동에 재활용품 수거 할당량을 부여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파주시의 경우 폐자원 분리배출 홍보와 인센티브 제도를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되 할당량은 폐지했다. 화성시와 용인시는 애초 할당량을 둔 적이 없다고 했다.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25년차 공무원 C씨(40대)는 “20년 전 초년병 시절 이장님한테 빌다시피 해서 시청에서 시킨 일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직도 할당제가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의 사례는 할당량 폐지,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수원시가 참고할 만한 중요한 정보이다.
폐건전지 수거, 무엇이 문제인가?
수원시 공무원들의 폐건전지 수거를 둘러싼 문제는 높은 목표, 부족한 자원, 시민 참여 저조, 그리고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로 요약된다. 정부의 압박과 타 지자체의 사례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왜 수원시 공무원들이 폐건전지를 수거해야 하나요?
A.수원시는 높은 재활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력 부족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폐건전지 수거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Q.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A.많은 지자체는 할당량을 폐지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와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요?
A.시민들의 적극적인 분리수거 참여를 유도하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명 대통령, 美 관세 해결 시급 강조: 금융 위기 가능성 경고와 북핵 해법 제시 (0) | 2025.09.22 |
---|---|
세금으로 떠나는 '졸업 여행'? 해외 연수 논란, 그 뒷이야기 (0) | 2025.09.22 |
6년 만의 장외 투쟁: 국민의힘, '쓰레기 같은 정치 공작' 비난하며 거리로 (0) | 2025.09.22 |
800만원 월급, 은행원 아빠는 슈퍼맨? 금융권 vs 숙박·음식점 임금 격차의 비밀 (0) | 2025.09.21 |
서영교 의원,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제기 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진실 공방으로 번지나 (0) | 2025.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