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아파트의 그림자: 건설 현장 붕괴와 생계 위협, 그리고 벼랑 끝에 선 사람들
멈춰버린 시간: 건설 현장의 적막
오전 10시, 공사 현장은 적막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2일.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한창 일할 시간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 바닥에는 하얀 방수 덮개가 곳곳에 널브러진 자재 더미들을 감싸고 있었고 빛바랜 '추락주의' 현수막 아래에는 안전조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골조를 그대로 드러낸 20층 아파트 사이에는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 있었다. 이곳은 임금이 밀리면서 11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남구 대명동의 아파트 건설 현장도 조용했다. 준공예정일은 100일도 안 남았는데 공정률은 34%에 불과했다. 분양 미달로 사업비가 떨어지면서 공사를 멈춘 결과다. 대구역에서 차로 20분 거리로, 대중교통 인프라도 뛰어난 편이었지만 시장 침체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약 1만4000㎡(약 4000평) 규모 부지는 텅 비었고 지상층 기둥과 벽체를 세우기 위해 설치된 철근들은 1년째 방치됐다.
악성 미분양, 유령 아파트의 등장
'악성 미분양 1위'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들은 처참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펜스로 둘러싸인 여러 현장을 지나쳤는데, 그중 상당수는 공사가 멈춘 상태였다. 가설 펜스만 설치한 채 수개월째 착공조차 못 한 현장, 철거하지 못한 빈집만 남은 재개발 구역, 입주를 2주 앞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분담금 갈등으로 멈춰 선 단지까지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근 지역들도 처지는 비슷했다. 부산 중구에서 만난 25년 차 건설 근로자 김모씨는 "경남권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아파트 현장은 진주 한 곳뿐"이라며 "부산은 2022년과 비교해 현장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런 상황이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위기: 수도권으로 번지는 건설 침체
수도권으로 침체의 여파는 번져 가는 분위기다. 인천 50대 건설 근로자 이모씨는 "지난 3월부터 일이 끊겼다"며 "가펜스를 쳐두고 수개월째 방치된 부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지방은 더 어렵다"고 했다.
지표로 드러나는 위기: GRDP 급감
지표로도 위기의 여파는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대구가 -24.3%로 급감했다. 전남(-24.0%), 세종(-19.4%), 광주(-18.5%) 순으로 감소했다. 서울(-7.7%), 인천(-7.2%), 부산(-6.9%) 등 주요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기간 전국 GRDP 증가율은 0.1%로, 전 분기(1.1%)보다 크게 둔화했다. 건설업 부진이 전체 지역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무너지는 사회 안전망: 실업급여와 보험의 사각지대
건설 경기 한파의 직격타는 취약계층인 일용 근로자들에게 닥친다. 건설업 고용을 상징하던 '200만명'이라는 숫자는 올해 1월 무너졌다.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이어 6개월째 19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6만명으로 전년 대비 9만7000명 줄었다.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하루 벌이 일자리가 사라지면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급전이나 사금융에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씨는 "수입은 들쑥날쑥한데 카드값과 생활비는 계속 나간다"며 "실업 기간이 짧을 때는 실업급여가 최저 생활비 유지 수단은 됐는데 지금처럼 일이 계속 없으면 실업급여마저 끝나기에 답이 없다"고 했다. 일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업급여 수급 요건(최근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로)을 채우기 어려워진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건설 기계 종사자의 고통
굴착기나 타워크레인 기사처럼 중장비를 운전하는 건설기계 종사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분류돼 실업급여 대상조차 아니다. 1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일감이 끊겨도 복지안전망에서 배제된다. 경북 영천에서 덤프트럭을 몰던 한 50대 남성은 지난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 김모씨는 "공사가 중단되면서 기름값과 자갈값까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했지만 대금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자식 대학 졸업까지 시킨 사람인데 혼자 끌어안고 견디다 그리됐다"고 토로했다. 덤프트럭이나 굴착기 장비는 대부분 할부로 운영된다. 월 납입금만 400만원에 달한다. 연체가 이어지면 금융회사가 장비를 회수해 공매한다. 생활비 카드 대금까지 밀릴 경우 삶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붕괴된 건설 현장,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사람들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이 멈춰 서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을 비롯한 취약 계층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미분양 사태와 공사 중단으로 인해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된 이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건설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A.미분양 증가, 사업비 조달 어려움,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건설 경기를 침체시키고 있습니다.
Q.건설 근로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일자리 감소, 임금 체불, 실업급여 및 사회 보험 혜택 미비, 생활고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A.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 건설 사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